시작하며
어릴 때부터 축구는 새벽에도 일어나서 보고 고등학생 때부터는 이스포츠 대회도 자주 챙겨보지만 항상 야구에는 별로 흥미가 없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박진감이 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의외로 직관을 갔을 때의 경험들은 가장 좋은 편에 속했다. 축구 직관은 좋은 경험이긴 했지만 엄청 신나는 분위기는 아니었고 롤 직관은 분위기는 정말 좋았지만 자리나 공간이 다른 스포츠들에 비해서 빈약했다. 하지만 야구는 분위기 자체도 정말 신나고 자리도 나름 편한데다가 경기장 내에서 정말 다양한 음식들을 팔아서 직관하기에는 최고의 스포츠라고 느껴진다.
우리 경기 볼 수 있는거에요?
오늘은 한화 이글스의 팬인 친구들과 함께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리는 키움전 경기를 직관하고 왔다. 4연석을 잡아야해서 티켓팅부터 참 어려웠는데 모두가 실패해서 그냥 당근마켓에 올라온 양도 글을 통해 구매했다. 직접 잡았다면 잘해야 3루쪽이었을텐데 당근에서 시야가 좋은 중앙지정석 티켓을 구할 수 있었어서 오히려 좋았던거 같다.
티켓을 구했음에도 당일날까지 안심할 수 없었는데 요즘 하늘이 우울증에 걸린건지 툭하면 비가 와서 경기 직전까지 우천 취소의 변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전날까지는 우취의 가능성이 매우 높아보였는데 막상 당일이 되니 강우 예상 시간이 조금씩 뒤로 밀렸다. 경기 2시간 반 정도 전쯤 출발할 때는 우천 취소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나름의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패배 속 다양한 즐거움
직관 자체는 이번에도 역시나 정말 재미있었다. 치킨, 떡볶이와 함께 마시는 맥주도 참 맛있었고 물육회(물회와 같은 형태인데 회 대신 육회가 들어있다), 열무냉면 등 야구장에서 볼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메뉴들도 있어 신기함도 느꼈다.

게임도 이겼으면 정말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7:6으로 패배했다. 그래도 나름 점수를 내주고 따라가는 흐름이라 역전을 기대하며 응원하는 맛도 있었고 중독성 있으면서도 쉬운 선수들이나 팀 응원가를 함께 부르며 응원하는 분위기 자체가 재미있었기 때문에 결과와 무관하게 만족스러웠다. 중간중간 비도 조금씩 왔는데 날씨가 너무 더워서 그런지 비를 맞으니 오히려 좀 시원한 느낌이 들어서 그것 또한 좋았다.

추가로 우리가 야구를 보는 동안 ewc 롤 종목에서는 T1과 한화가 맞붙는 경기가 펼쳐졌는데 여기에서는 그동안 경기력이 좋지 않았던 T1이 MSI 챔피언인 한화를 2:0으로 완파하고 4강에 진출했다. 한화 입장에서는 야구와 롤 모두 진 최악의 하루겠지만 난 롤에서는 T1을 응원하기 때문에 야구를 패배한 것과는 관계없이 기분이 참 좋았다.
하늘은 한화 열성팬인듯…
문제는 경기가 끝나자마자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이 비가 엄청나게 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사람이 워낙 많다보니 택시를 잡는 것이 어려워 대전역까지 걸어간 뒤 버스를 타고 세종에 돌아와야했는데 우산을 써도 몸이 다 젖을 정도로 비가 많이 왔다. 와중에 친구 하나는 우산을 들고 오지 않아 누군가 바닥에 버린 문제가 있는듯한 우산을 쓰고 열심히 걸었다.
너무너무 찝찝해서 얼른 씻고 싶다는 생각만하며 걷다보니 그래도 대전역에는 금방 도착했다. 대전역에서 BRT를 타면 집 근처까지 바로 갈 수 있어서 정말 편했다. 그리고 도착해보니 세종에는 비가 오지 않아서 나름 마지막에는 편하게 귀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치며
즐거우면서도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직관이었다. 최종적으로 경기도 지고 폭우를 뚫으면서 귀가해야했기 때문에 피로가 조금 남은 것 같다. 그래도 이런 일종의 여행과 같은 경험 역시 직관의 일부이자 매력인 것 같다. 다음 직관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꼭 경기를 승리하면 좋겠다.
